대암산 고습지에서 / 김재황

(민통선)

인제 대암산 고습원

김재황

안개 속에 차가운 공기가 있는 산꼭대기
이 나라의 모든 슬픔, 진흙탕 평야
고급 나무를 덜 갖춘 몸은 어떤 영혼을 닮았습니까?

안들어갔는데 정강이가 젖었네
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목구멍만 타는 갈증
하늘에 생명을 바칠 뿐인 초원.

높은 장대를 잡고 작은 수초 어깨를 움켜쥔다.
마음의 품속으로 스며드는 세월
내 큰 발걸음을 당신 쪽으로 옮깁니다.
(1992년 5월 29일)